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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김치 열풍 (DGA 공인, 현지화, 급식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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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당국이 김치를 공식 건강식품으로 인정했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실제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현지인들이 김치를 골라 담는 장면을 보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유행이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한인타운을 굳이 찾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정말로 왔습니다.
한인타운 밖으로 나온 김치,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김치를 구하려면 한인 마트를 반드시 들러야 했습니다. 뉴욕이든 보스턴이든 대도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시카고에서 김치를 직접 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고충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이 갔습니다. 소금 간도 제대로 못 맞춰 너무 짜게 됐다는 그 실패담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맨해튼 거리 푸드트럭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으로 한식 메뉴를 고르고, 그 옆에 김치를 자연스럽게 곁들이는 장면이 일상이 됐습니다. 인종도 다양하고 입맛도 제각각인 뉴요커들이 핫도그나 그리스 요리를 고르듯 김치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서부 해안 지역에서 김치 타코 같은 퓨전 메뉴가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동부 진출로까지 이어진 흐름입니다.
그 배경에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대한 관심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 생태계 전체를 뜻하는 말로, 쉽게 말해 우리 몸속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 상태를 가리킵니다. 미국인들은 식습관 특성상 장 건강 문제를 겪는 비율이 높고, 그 해결책을 발효식품에서 찾기 시작하면서 김치가 자연스럽게 주목받게 됐습니다. 요구르트가 서양 식탁에서 프로바이오틱스 공급원으로 자리잡았듯, 김치가 그 역할을 동양 발효식품의 관점에서 대신하고 있는 셈입니다.
DGA 공인이 바꿔놓은 것, 그리고 현지화의 두 얼굴
미국 보건당국의 식생활 지침인 DGA(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에 김치가 명시된 것은 제가 보기에 단순한 수치 하나가 아닙니다. DGA란 미국 연방정부가 5년마다 발행하는 공식 식생활 기준으로, 학교 급식 설계부터 병원 식단 지침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서입니다. 여기에 김치가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즉 살아있는 유익균이 풍부한 발효식품으로서 과학적 근거를 미국 정부가 공식 인정했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공식 사이트)
실제로 뉴욕 맨해튼의 한 김치 전문 매장에서는 무려 9가지 종류의 김치를 고를 수 있다고 합니다. 배추김치, 깍두기, 백김치는 물론 양배추와 비트를 넣은 코울슬로 김치까지 있는데, 현지인들이 특히 깍두기와 코울슬로 김치를 찾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현지화 메뉴가 반갑기만 했는데, 생각할수록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현지화는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코울슬로 김치처럼 원재료 자체를 바꾸는 방식이 주류가 되면, 전통 발효 방식의 본질적인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걱정이 생깁니다. 락토발효(Lacto-fermentation)는 유산균이 당분을 분해하며 젖산을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이 발효 방식의 핵심은 배추와 고춧가루, 젓갈의 조합이 이뤄내는 복합적인 균 생태계에 있습니다. 재료를 완전히 바꾸면 풍미와 건강 효능의 구성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의 정수를 유지하면서도 현지 입맛에 다가가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지금 K-푸드 확산의 진짜 과제라고 봅니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김치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맛김치: 먹기 편하게 잘게 썬 배추김치로, 처음 접하는 현지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입문 메뉴
- 깍두기: 아삭한 식감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크런치(Crunch) 식감과 맞아 떨어져 높은 인기
- 코울슬로 김치: 양배추와 비트 베이스로 위 건강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현지화 메뉴
- 백김치: 매운맛이 없어 어린이나 캡사이신에 예민한 소비자들에게 권장되는 순한 선택지
학교 급식 진출이 진짜 승부처인 이유
김치의 날(Kimchi Day)이 11월 22일로 지정되어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워싱턴 DC 등 7개 주 이상에서 공식 기념되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처음에는 그냥 좋은 소식 정도로 들렸는데, 이것이 학교 급식 진출과 연결되는 지점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문화가 뿌리내리는 가장 강력한 경로는 언제나 어린 세대의 일상입니다.
올해 초 뉴욕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김치 만들기 체험 행사는 학생들에게 상당한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현지 학교를 직접 방문해 영양사들과 협력하며 정규 급식 메뉴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단순 시식 행사는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이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체험이 경험으로, 경험이 습관으로 이어지려면 미국 학교 급식의 영양 기준인 NSLP(National School Lunch Program)에 맞는 레시피 개발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NSLP란 미국 농무부가 관리하는 학교 급식 프로그램으로, 나트륨과 칼로리 기준이 매우 까다롭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음식 문화가 진짜로 자리를 잡는 기준은 그 음식을 처음 접한 세대가 어른이 됐을 때도 자연스럽게 찾느냐입니다. 지금 뉴욕 고등학교에서 김치를 버무리며 사진을 찍던 학생들이 10년 뒤 장을 보러 마트에 가서 김치 코너를 찾는다면, 그게 진짜 성공입니다. K-푸드의 미래가 이 아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김치가 미국 시장에 뿌리내리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DGA 공인, 김치의 날 지정, 학교 급식 진출이라는 세 흐름이 동시에 맞물리고 있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유행처럼 반짝하고 사그라드는 음식과 문화로 정착하는 음식의 차이는 결국 일상에 얼마나 깊이 파고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잘 익은 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지듯, K-푸드의 미국 정착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발효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담은 것이며, 의료적 건강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LVarLKIXSA